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誤錯, 바스마르, 커미션

바스마르 커미션 작업물 더보기 誤想 For. stonepig_ 기차를 타고 올 때 저 멀리 호수인지 강인지 모를 것을 보았다. 스산한 겨울 풍경에 시린 하늘색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걸 보니 네 생각이 났다. 너와 함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깃발처럼 흔들리는 네 머리칼과 파란 물결이 담기는 네 눈을 보고 싶었다. 오랫동안 이런 시간이 없었지, 하고 별 것 아닌 얘기들을 물속에 툭 던지고 이내 날이 많이 춥다며 손을 잡고 돌아가고 싶은 충동에 속이 다 울렁거렸다. 불쾌한 감각이었다. * “저쪽이 그 식당 같은데, 갈까?” “그래, 미리 몇 번 드나들어 둬야지.”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짐을 가져다 놓고 나온 지 한 시간쯤 지나자 마을을 대강 다 돌아볼 수 있었다. 이런 작은 동네이니 쥐새끼가 숨..

C 2022.12.19

간파, 바레데샹

과거날조있는 유충 더보기 또, 저렇게 쳐다본다. 뭐 어떻다는 건 아니다. 그냥 자꾸 티가 나게 쳐다보니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시선이 닿는 곳을 낱낱이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바라보는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참다못해 눈을 흘긋 그 애 쪽으로 향해주면 순간적으로 눈길이 마주치고, 그리고 나서는 그 애가 화들짝 놀라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러다가도 슬그머니 시선이 이쪽으로 다시 돌아온다. 상처투성이인 뺨에 옅게 붉은 기가 맴돈다. 거칠한 입술에 웃음이 뜰 듯 말 듯이 입꼬리가 움찔거리는 것도 다 보인다. 얼굴에 써 놓은 것 같다. 좋아 죽겠다고. 내가 너무 좋다고. "히카르도." "어, 어어, 왜?" "너도 공부할래?" "어? 내가?"..

C 2019.05.29

Clair de lune, 루이틀비

데이트하는 루틀 더보기 날이 흐렸다. 영국이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어딘가에 가는 게 아니라 그저 함께 하늘을 보려고 했을 뿐인데, 그녀의 손을 잡아끈 그의 손이 약간 민망해졌다. 당장 새벽 사이에라도 비가 쏟아질 듯 흐린 구름이 낀 하늘은 별은커녕 달조차 보이지 않았다. 루이스는 연인의 손을 살짝 놓아주며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 흐릴 줄은 몰랐는데." "여긴 언제나 그렇잖아?" "그건 그런데, 그..." 영국에 발 붙이고 산 지가 몇 년인데 그걸 깜빡했다는 말이 차마 나오질 않아 애꿎은 입술만 우물거렸다. 루이스의 애매한 말꼬리를 흘려넘기던 트리비아가 하늘을 힐끗 올려다보았다. 그녀에게 그다지 먼 곳이 아닌 탓이었다. 굳이 연인의 손을 잡아야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녀 혼자서도 얼마든지 보고..

C 2019.04.16

로맨스코미디, 다무루이

전에 커미션 작업했던 캠퍼스물 다무루이쪼끔 비현실적인 부분 있음 로맨스코미디Written by. 나찰For. 한비님 비어 있던 옆자리 의자가 덜컹 소리를 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면서도 이제는 대충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또 혼자 먹고 있군." 그게 도대체 교수님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라고 하기에 루이스는 좀 지나칠 정도로 착실한 학생이었다. 그래서 오늘 점심도 자의와 전혀 관계없이 전공 교수와 나란히 앉아 학식을 먹기로 타협한 것이었다.옆에 앉은 남자는 통상적인 교수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신임인가 싶을 만큼 젊었고, 외모에 비해 꽤 노련했고, 어쨌든 잘생긴 얼굴에 큰 키, 무뚝뚝한 성격으로 학교에서 인기가 제법 있는 교수였다. 그러나 루이스에게는 화제의 교수 홀든도 그저 전공 교수님에 ..

C 2019.03.15

아로하, 루이틀비, 커미션

커미션 작업물 결혼하는 루이틀비 더보기 아로하 토마스는 긴장했다. 저도 모르게 컵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 닦고 싶었지만 자꾸만 시선이 한쪽으로 향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신경 쓰여 죽겠네, 진짜. 사실 지금 이 카페 안에는 꽤 여러 명의 연합원들이 앉아 있었다. 나름대로 변장이랍시고 얼굴을 가리고는 있어도 눈썰미가 좋은 그녀라면 이미 눈치 챘겠지. 창가 구석 자리에 레베카, 그 옆 테이블에 나이오비, 입구 쪽에 이글. 어린애들과 몸집이 큰 사람들은 금방 들킨다는 이유로 잠입 수사를 금지했다. 피터가 "그래봐야 트리비아 누나라면 다 알걸." 하는 말에는 다들 뜨끔했지만. "나, 날씨가 좋네." "그러게." 저 짤막한 대화 이후로는 서로 커피만 마시고 창밖만 바라볼 뿐이었다. 보는..

C 2019.01.27

연탄곡, 클잭

클잭 고등학생au맞짝사랑 삽질하는 클잭편의상 배경은 맘대로 날조함 노을자락이 길게 드리웠다. 교실 안에 남은 사람은 자신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멀리서 구호 같은 것을 외치는 목소리가 울렸다. 팔을 포개어 책상에 얹고, 그 위에 천천히 머리를 대었다. 선명한 주황색 빛이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발소리가 들렸으니까. 이제부터 맛볼 설렘과 기대에 손끝까지 저려 왔으니까. 문을 열자마자 노을이 쏟아졌다. 창가에 가까운 구석진 자리에 낯익은 뒤통수가 보였다. 항상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졸고 있다는 것이 마치 자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 같았다. 뒷문을 살짝 닫는 손이 떨렸다. 이 문을 닫으면 이제 여기에는 나와 그 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에게 향하는 걸음마저 조금 떨려왔다. 그..

C 2018.07.25

밤의 이름, 클잭

클잭 진단돌려서 나온 au기억을 잃는 클리브x망각을 잃은 잭 네가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끝까지 간 축음기의 바늘을 처음으로 돌려놓는 것 같은, 그런 순간에 네 입에 오르는 말이었다. "뜨거우니까 조심해." 차를 담은 잔을 네 앞에 놓아주며 쓸쓸한 정적에 한 마디를 얹었다. 네게 내려앉아 있던 침묵에 물결이 일고 네 눈길이 느리게 미끄러져 찻잔에 닿았다. 그것을 바라보다가 네 맞은편에 앉았다.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찰나였다. 너를 만나지 못하는 것보다는 좋았고, 너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다는 것에는 절망했다. 그러니까 딱 그 사이 어디쯤에 있었다. 다만 너에게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마음만은 네가 매 순간을 반복하듯 처음 그대로인 채였다. "음, 그러니까... 이게 무슨 차라고 했지?""맞..

C 2018.07.24

메시아, 제키루드

단문 리퀘스트 과연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적은 너무 많았고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몇 번을 태워도 그 두 배로 불어났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그것을 모르는 체 하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고개를 돌려 눈앞에 닥친 냉혹한 현실을 바라볼 차례였다. 도망치려면 그럴 수도 있었으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죽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인정해야 했다. 도움이 필요했다. 이미 오래 전에 포기했던 그것을 바라고 있었다. 나약한 자신이 목 끝에 퍼런 날붙이처럼 들이밀어진 것만 같았다.각력 강화 능력자의 클론이 제 위로 도약하는 것이 보였다. 그림자가 달려들었다. 눈을 감았다. 복부를 내려찍는 일격에 통증이 온몸을 내달렸다. 몸은 만신창이였다. 격..

C 2018.05.30

그러나 사랑해버렸음을, 벨져루드

벨져루드 오메가버스 기반 '사랑하지 않도록', '사랑할 수 없도록' 에 이어짐 더보기 비가 쏟아진다. 오늘도 그림자 하나 보지 못했다. 날이 궂으니 오늘은 이만 그만둬야 할지, 이런 날일수록 더 찾으러 나서야 할지 약간의 고민 중이었다. 별 생각 없이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비가 오지만 테라스에 앉았다. 빗방울이 잘게 부서져 튀어올랐다. 일회용 컵에 담아서 다행이었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제법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지나갔다. 그런 광경을 보는 게 이제는 질릴 법도 했지만 눈을 떼기에는 이미 습관이 들어버렸다. 별 생각이 없었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그에게 했던 말처럼 그랬다. 돌이켜보면 그 때 했던 그리 많지 않은 말들 중 사실을 말한 것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심지어는 모르겠다는 말조차 진실이 아니었..

C 2018.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