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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ir de lune, 루이틀비

LN 2019. 4. 16. 23:00

 

데이트하는 루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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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렸다. 영국이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어딘가에 가는 게 아니라 그저 함께 하늘을 보려고 했을 뿐인데, 그녀의 손을 잡아끈 그의 손이 약간 민망해졌다. 당장 새벽 사이에라도 비가 쏟아질 듯 흐린 구름이 낀 하늘은 별은커녕 달조차 보이지 않았다. 루이스는 연인의 손을 살짝 놓아주며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 흐릴 줄은 몰랐는데."

"여긴 언제나 그렇잖아?"

"그건 그런데, 그..."

 

영국에 발 붙이고 산 지가 몇 년인데 그걸 깜빡했다는 말이 차마 나오질 않아 애꿎은 입술만 우물거렸다. 루이스의 애매한 말꼬리를 흘려넘기던 트리비아가 하늘을 힐끗 올려다보았다. 그녀에게 그다지 먼 곳이 아닌 탓이었다. 굳이 연인의 손을 잡아야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녀 혼자서도 얼마든지 보고 싶은 만큼 볼 수 있는 풍경이니까. 그렇지만,

그녀는 특별히 기분이 좋지 않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루이스가 가끔씩 이렇게 쑥맥 티를 내며 어색하게 굴 때가 썩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요즘은 꽤 바빴다. 데이트고 뭐고 누구 하나 쉬지 못할 만큼 정신이 없었다. 짧은 키스 한 번도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그런 상황에서 함께 잠깐만이라도 별을 보자며 손을 잡아오는 루이스의 조금 낮은 체온이 그녀의 손바닥 온도와 비슷해 트리비아는 루이스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작게 웃었다.

 

"그런 얼굴 하지 마, 루이스. 은하수는 지상에도 있는 법이니까."

"응?"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묻는 그에게 대답해주는 대신, 이번에는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루이스에게 그 손을 잡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따뜻하다기보다 서늘한 편에 가까운 체온,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는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손이 맞닿고, 그녀가 가까워지고, 그녀의 아름다운 날개가 밤하늘에 검게 흩어져갔다.

밤바람은 차지 않았다. 정말로 비가 올 모양이었다. 미적지근한 바람이 머리칼을 헤집고 지나갔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칼도 구름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트리비아가 옅게 칠한 입술을 끌어당겨 웃는 것이 보였다. 왜, 하고 묻는 눈이었다. 루이스는 무어라고 대답하지 않은 채로 시선을 지상 쪽으로 내렸다. 발 아래로 지나가는 지상은 어느 곳이나 방울방울 맺힌 불빛들이 가득했다. 야경이었다.

 

"루이스."

"응, 트리비아."

"자긴 어느 쪽이 더 좋아?"

 

그녀가 등지고 있는 구름 너머의 것들과 그 반대편에 있는 것, 뭐가 좋냐는 물음이었다. 루이스는 둘 중 어느 쪽도 바라보지 않고서 다만 연인에게로 눈길을 향했다.

 

"글쎄, 난... ... 트리비아가 좋은데."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있으면서도 부끄럽긴 한지 루이스의 귀끝이 붉게 물들었다. 한밤중인데도 그건 훤하게도 잘 보였다. 트리비아는 그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무슨 말일지 알고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그것은 정답이기도 했고, 100점은 아니기도 했다. 그녀는 뺨을 스치는 밤공기에 나른하게 웃으며 연인의 손목을 손끝으로 가볍게 더듬어 덧그렸다.

 

"자기가 나보다 먼저 말해버렸네."

 

밤은 아직 설익은 채였다, 연인들의 밀회는 이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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